조셉 파인(Joseph Pine)의 2004년 TED 강연 '소비자가 원하는 것(What consumers want)'은 무려 20년 전의 강연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고 경험하는 방식에 대한 놀랍도록 심오한 통찰을 제공해. 그는 경제적 가치가 상품(commodities)에서 상품(goods), 서비스(services)를 거쳐 궁극적으로 경험(experiences)으로 진화한다고 설명했어. 그리고 이 '경험 경제' 시대의 핵심 키워드로 '진정성(authenticity)'을 짚어냈지. 단순히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이 진정성을 느끼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될 거라고 말이야.
파인 교수가 제시한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바로 "진정성이라는 것은 없다"는 역설적인 주장이야. 얼핏 들으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어. 우리는 모두 진짜를 원하고, 진짜가 아니면 실망하잖아?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해. "경험은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진정한 인간인 한 모든 경험은 진정하다." 이 말은 곧, 우리가 무언가를 경험할 때 그것이 아무리 인위적으로 연출된 것이더라도, 그 경험 자체는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므로 '진짜'라는 거야. 심지어 네덜란드 국토의 대부분이 인간이 바다를 매립하고 조작해서 만든 것이라는 비유를 들며, 완벽하게 자연적인 경험은 없다고 설명해.
이 지점에서 나는 깊은 생각을 하게 됐어. 우리가 '진짜'라고 믿고 추구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연출'되고 '구성'된 것일 수 있다는 거야.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상 사진들도 사실은 수십 번의 보정 과정을 거쳤을 수 있잖아? 파인 교수의 주장은 우리에게 '진정성'이라는 개념을 재정의하도록 이끄는 것 같아. 중요한 것은 외부의 사실 여부가 아니라, 우리가 그 경험을 통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거지. 그렇다면 기업들은 '진짜'를 내세우기보다, 소비자가 '진짜라고 느낄 만한' 경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기획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마케팅과 브랜딩의 근본적인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해.
파인 교수는 기업이 진정성을 '연출'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두 가지 핵심 차원을 제시했어. 바로 "자신에게 진실한가(to thine own self be true)"와 "말한 대로 행하는가(be what you say you are to others)"야. 햄릿에 나오는 폴로니우스의 명대사 "무엇보다도 너 자신에게 진실하라"를 인용하며, 기업 역시 자신의 본질과 유산을 이해하고 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지. 동시에, 소비자에게 약속한 바를 실제로 제공하여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야.
그는 디즈니가 ABC 방송국과 미라맥스를 인수하며 가족 중심이라는 본래의 유산에서 벗어났을 때 겪었던 어려움을 예로 들어 설명했어. 자신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길로 가면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거지. 반대로 스타벅스는 광고를 하지 않고도 고객들이 매장에서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진정성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커피 한 잔에 훨씬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었어.
나는 이 두 가지 차원이 오늘날의 퍼스널 브랜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봐. 개인 역시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와 스토리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것에 충실해야 해. 동시에,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그에 걸맞은 행동과 콘텐츠를 보여줘야지. 말과 행동이 다르면 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해도 결국 '가짜'로 인식될 수밖에 없으니까. 기업이든 개인이든, 진정성은 단순히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자신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노력의 결과라는 점이 인상 깊었어. 과연 나는 나 자신에게 진실하고, 내가 말한 대로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이 강연이 끝난 후에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어.
결국 파인 교수는 "소비자가 점점 더 자신의 시간과 돈을 진정성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예측해. 2004년에 이미 이런 통찰을 제시했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야. 오늘날, 수많은 정보와 콘텐츠 속에서 우리는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짜인지 끊임없이 고민해. 어쩌면 '진짜'는 외부에서 찾아야 하는 객관적인 실체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느끼고 부여하는 주관적인 가치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진짜 중요한 건, '진짜'를 맹목적으로 좇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순간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내고, 또 우리 스스로가 '진정성 있게' 존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