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2011년 TED 강연 '번영의 6가지 킬러 앱'에서 서구 문명이 어떻게 지난 몇 세기 동안 압도적인 번영을 누렸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어. 그는 서구 문명을 특별하게 만든 여섯 가지 핵심 아이디어, 즉 '킬러 앱'을 제시하며 서구의 부와 혁신의 원동력을 설명했지.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 '킬러 앱'들이 더 이상 서구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 공유될 수 있다는 통찰을 제시하며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대수렴(Great Reconvergence)' 현상을 예견했어. 이 강연은 단순히 과거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미래의 권력 이동과 그 본질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
퍼거슨은 서구의 번영이 지리나 민족적 특성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흥미로운 주장을 펼쳐. 그는 20세기 독일과 한국의 사례를 들어 지리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환경에서도 정치 체제와 제도의 차이가 극명한 경제적 격차를 만들었음을 보여줬어. 예를 들어, 동독과 서독, 북한과 남한의 대비는 특정 지역이나 민족의 고유한 특성이 아닌, 제도와 아이디어가 번영의 핵심 요인임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여기서 퍼거슨이 말하는 '킬러 앱'은 다음과 같아: 경쟁(Competition), 과학 혁명(Scientific Revolution), 사유 재산권(Property Rights), 근대 의학(Modern Medicine), 소비 사회(Consumer Society), 노동 윤리(Work Ethic). 그는 이 앱들이 단순한 아이콘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복잡하고 강력한 코드가 숨어 있다고 설명해. 내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통찰은 이 '킬러 앱'들이 본질적으로 '개방형 소스(open source)'라는 점이야. 즉, 어떤 사회든 이 제도들을 채택하면 서구가 지난 500년간 이룩한 번영을 더 빠른 속도로 이룰 수 있다는 거지. 이는 오늘날 동아시아 국가들, 특히 한국과 중국의 급부상을 설명하는 강력한 이론적 틀을 제공해. 퍼거슨은 강연 당시(2011년)에도 이미 한국이 노동 윤리 측면에서 서구를 앞질렀고, 특허 출원과 같은 기술 혁신 분야에서도 동아시아 국가들이 약진하고 있음을 지적했어. 서구가 한때 주도했던 '킬러 앱'들이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대수렴' 시대를 이끌고 있다는 그의 분석은 단순히 경제적인 수치 변화를 넘어, 문명의 근본적인 이동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
퍼거슨은 강연 말미에 중요한 질문을 던져. 서구는 이 '킬러 앱'들을 잃어가고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킬러 앱'들의 다운로드 순서가 중요한가? 이 질문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심지어 더욱 심오하게 다가와.
특히 그가 강조한 세 번째 '킬러 앱'인 사유 재산권에 대한 그의 통찰은 주목할 만해. 존 로크가 자유의 근간이 사유 재산권과 법의 보호에 있다고 주장했듯이, 퍼거슨은 이것이 서구의 대의 민주주의 모델의 기반이라고 설명해. 그리고 중국의 사례를 들며 '사유 재산권'이라는 핵심 '킬러 앱' 없이도 중국이 계속해서 번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어. 에이웨이웨이의 스튜디오 철거 사건을 언급하며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 보호가 없는 성장의 한계를 암시한 거지. 이는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복잡한 관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져. 과연 강력한 경제 성장이 개인의 자유와 사유 재산권 보호 없이 지속될 수 있을까? 그리고 서구가 한때 번영을 이끌었던 '킬러 앱'들을 스스로 잊거나 훼손하면서 다른 문명권에 그 리더십을 넘겨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강연을 통해 나는 서구 문명의 번영이 단순히 역사적 우연이 아니라, 특정 아이디어와 제도, 즉 '킬러 앱'들의 체계적인 적용 결과라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어. 동시에 이러한 '킬러 앱'들이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어떤 사회든 이를 수용함으로써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퍼거슨의 주장은 미래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큰 통찰을 줘. 서구의 시대는 저물고 있지만, '킬러 앱'이 가져온 번영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형태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거지. 앞으로 이 '킬러 앱'들이 어떤 방식으로 전 세계 사회에 적용되고 변형될지 지켜보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거야.